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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의 일기
2020년이 끝났다. 그리고 2020년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나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고 전세계적으로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일이 개개별로 다 너무 큰 일들이기도 했다. 세세한 설명은 개인 일기장에 하고 그래도 나름 여럿이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이것 저것 늘어놓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위와 같이 한줄로만 요약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이제 20 보단 30에 훨씬 더 가까워지고 있다. 세월만큼 정확하고 공평한 것은 없다고 했고 그러기에 나는 억울하거나,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하는 것은 없다. 그렇다고 기분이 좋지도 않다. 다만, 30이라는 기념비적인 숫자를 찍기 이전에 내가 무엇을 해야할까 와 같은 고민은 중반을 넘어서고 수도 없이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니 사실 유예기간이라고 해..
이치현과 벗님들의 "집시여인"이라는 노래의 가사인데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혼자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마치 다른 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 처럼 노래 가사만 들렸다. 집시 여인으로 밖에 살지 못하는 이 마음을 누가 알까. 그렇게 살고 싶어서도 있겠지만,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집시 여인의 마음을 나 도둑고양이는 아주 잘 안다. 사람들은 마치 이런 사람들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아주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노래와 같다. 때로는 외로움과 고독에 묻혀있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초원에 누워서 생각할 수 밖에 없고 (그리고 그게 때로는 최선이고) 밤에는 별 따라, 낮에는 꽃 따라 갈 수 밖에 없는 집시 여인의 운명이 잘 나타난 것만 같다. 길고양이도 때로는 꼬질하고 치열하..
아무도 들르지 않는 블로그지만 내가 왜 조용했냐를 쓰는 이유라고 한다면 내가 관종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아니면 개인적인 소소한 기록이려나.. 모르겠고 블로그가 유난히 조용했던 이유는 일시작하고 연수가고 일하고.. 사람 만나고 하면서 너무 바빠서 였던 것 같다. 물론, 꾸준히 유희왕도 보고 꾸준히 듀얼링크스도 하고 롤도 했고 또 뭐했더라. 항상 나 하는 그런것들 다 했는데 기록하거나 내 견해를 작성하거나 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이사도 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니 거기서 오는 피곤도 만만치 않게 있긴 했던 것 같다. 그냥 소비 형태로만 취미 생활을 하다가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기고 (좋은 키보드를 샀고) 쓰고 있던 소설들도 윤곽을 좀 제대로 잡아보고 싶고. 이것저것 내..
예술 이야기를 좀 많이 써요. 아직 한글로 쓰는 것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쓰고 싶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 예술을 보러 들어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전에 제 블로그가 있습니다. 제가 그 때 그 때 내 맘에 드는 예술 작품을 모아두는 블로그가 있으니 적어놓고 갑니다. [https://kirchnerkid.tumblr.com]입니다.
어제 비가 예상 외로 너무 많이 와서 당혹한 나머지 급하게 날씨를 찾아보았다. 비 소식은 절대 없었는데 그렇게나 비가 많이 왔던 것이다. 그 대신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는데 달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였다. Waning gibbous, 우리나라 말로는 기우는 달인데 그냥 그 당시에는 흥미롭다는 생각만 하고 넘겼다. 내가 진짜로 방콕의 달을 이 새벽에 보게 되기 전까지는. 야경이란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사람의 사생활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낮에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점, 어둠 속 빛이 빛나는 점 이 모든 것이 야경에만 나타나니까. 이 밤하늘 아래에 빛으로 연결 지어진 여럿의 빛의 선이 결국엔 큰 경치가 된다니. 재미있는 생각이다. 불이 켜져있는 방이나 집을 보면 나도 알지 못하는 타인이라는 존재의 사생활..
오늘 방콕 시내 한 복판 거리를 마치 내 나와바리처럼 1만 2천보나 걸어다녔고 근처 슈퍼마켓에 가서 좋아하는 과일을 원 없이 사왔습니다. 망고스틴 너무 좋아요. 2키로 그래도 1만원이 안넘더군요. 원하는 커피숍에 가서 내 안에 있는 힙스터 기운을 내뿜어도 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에 대해서 깊게 대화도 나누어보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잊지 못할 경험을 공유한 다는 점에서 최고의 여행이 아닐까 싶어요. 맛있는 것도, 맛 없는 것도 아직은 없었지만 기억할 거리가 하나 더 생겨서. 돌아와서는 헬스장에서 항상 하던 싸이클을 10키로를 돌리고 마침 호텔에 수영장이 있어서 야외 수영장에서 내 마음대로 원하는 만큼 놀았습니다. 마치 그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이 걱정 근심없이 함께 깔깔거리는 것 만으로도 눈물이 핑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