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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의 일기

방콕은 지금... 반달 공사 중 본문

생각

방콕은 지금... 반달 공사 중

한2 2018. 7. 6. 03:01


어제 비가 예상 외로 너무 많이 와서 당혹한 나머지 급하게 날씨를 찾아보았다. 비 소식은 절대 없었는데 그렇게나 비가 많이 왔던 것이다. 그 대신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는데 달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였다. Waning gibbous, 우리나라 말로는 기우는 달인데 그냥 그 당시에는 흥미롭다는 생각만 하고 넘겼다. 내가 진짜로 방콕의 달을 이 새벽에 보게 되기 전까지는.

야경이란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사람의 사생활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낮에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점, 어둠 속 빛이 빛나는 점 이 모든 것이 야경에만 나타나니까. 이 밤하늘 아래에 빛으로 연결 지어진 여럿의 빛의 선이 결국엔 큰 경치가 된다니. 재미있는 생각이다. 불이 켜져있는 방이나 집을 보면 나도 알지 못하는 타인이라는 존재의 사생활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낮에는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의 일부분이었겠지만 결국엔 집에서 나 처럼 일기를 쓰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롭다. 당연한 말이지만, 리마인드 된다는 점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가끔은 이렇게 새벽 기차를 보는 것 만으로도, 새벽 도로 위 차를 보는 것 만으로도 참으로 재미를 느낀다. 새벽 4시가 되면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공사장에 출근하는 아저씨들과 굴삭기를 보는 그런 재미일 것이다. 그들에겐 너무나도 평범한 하루 출근 일기겠지만 내가 그 시각에 깨어있었기에 새벽 하늘 아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무언가를 공유 할 수 있었다는 점. 그것이 좋은 것이다.

방콕 밤하늘의 달은 반달로 향해 가고 있다. 56.1%가 찼다. 구름이 달을 머금는 다는 것은 이런 느낌일까. 달빛이 참 은은하다.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달의 빛이 구름 때문에 색깔이 약간씩 바뀐다. 하지만 딱 안보이진 않을정도다. 선녀의 소매 끝자락 같이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이 딱 소매가 너풀 거리는 것 같다.

요 앞 호텔에 딱 한 방에 불이 켜져있다. 이 사람도 지금 나와 이 방콕의 새벽 하늘 아래라는 점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 사람이 누가 되었던 우리가 함께 반달 공사 중인 이 새벽 공기를 공유하고 있다면, 그대로 은밀하고 은은한 달빛 처럼, 야경의 한 그림의 일부 처럼, 빛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 우리는 또 야경이라는 이름 아래에 경치로 공유되고 있을 것이다.

아름답구나.. 방콕의 새벽 하늘은. 그 어떤 하늘보다 더 신비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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