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나의 낭만 야구 - WBC를 보면서 (4)

한2 2023. 3. 11. 13:32

가을 야구에서 광탈해서 평소보다 더 오랜기간 동안 야구를 보지 못했다. 원래 국제 경기는 보지 않지만, 극심한 가뭄에 물 한방울 떨어지듯 갈증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WBC를 보기로 한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온 김하성 선수와 에드먼 선수의 플레이를 보기 위함도 있고, 오타니 선수와 다르빗슈 선수 출전에, 햄 출신 곤도 켄스케까지... 일본 메이저리그와 NPB 활약 선수들을 보기로 해본다. 

올림픽에서 대실패를 했지만, 그래도 김현수의 역전 안타를 생각하며 이번에는 좀 달라지리라 기대해본다. 

그렇지만 그 기대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원인은 간단하다. 한국 야구는 더 이상의 스포츠가 아닌, 하나의 오락이자 예능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는 운동선수가 아니라 연예인이고, 한명의 엔터테이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뜻이다. 야구를 대표하는 푸르른 잔디 위에 몸을 던져 누비던 철인의 야구 선수가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어쩌다 나오는 호수비에 박수를 억지로라도 유발하는 광대처럼 전락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한국 야구는 더 이상 야구에 대한 존경과 스포츠맨쉽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포츠임을 포기하고, 하나의 저녁용 방송으로 전락함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오히려 주말에 회사원들이, 학생들이 모여 흙먼지 날리면서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스포츠의 야구일 것이다. 프로입단을 위함이 아닌, 개인의 명성과 유명세를 위한 것이 아닌, 흙밭 위에서 너와 내가 즐기고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빛을 발하리라.

더 이상의 진지함을 요구하지도 않고, 하나의 말초적인 오락성만을 요구하는, "그들만의 리그"인 KBO 한국야구는 이렇게 무너진다. 

올바른 세대교체와 야구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야구에 대한 존경으로 마음가짐이 변했으면 좋겠다. 전세계적으로 야구가 사라져가는 트렌드에서 야구에 대한 의식이 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돈이 되는 방향으로 흐르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헛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만서도, 내가 어제 역전을 꿈꾼 것 처럼 안될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진정한 낭만의 마침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