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낭만 야구 - 만루의 미학 (2)
만루는 정말 짜릿하다. 조금 더 변태적(?)으로 생각하자면 아웃카운트가 더 많을 수록 짜릿함은 고조된다. 그리고 두번째에서 세번째 아웃카운트로 넘어가는 그 순간 만큼은 오히려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오늘 (9/13) 키움 대 기아 경기를 보면서 생각했다. 키움의 무사 만루 찬스였지만 결국에는 2점 득하였다. 그것도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어째 오히려 만루에서는 생각보다 점수가 안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응원하는 팀 위주로 만루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만루란 과연 축배일까, 독배일까.
(우선, 앞서 주석을 달자면, 내가 궁금해서 간단하게 엑셀과 계산기를 돌려서 산출한 수치이며, 기록은 금일 (9/13) 기준 KBO에서 홈페이지에서 게시하는 "기록실"에서 기반한다. 해당 수치를 기반으로하여 내가 가공한 것이기에, 사람의 성향 및 의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며, 어떠한 전문가도 아닌 그저..나로부터 계산되었기 때문에 그 어떤 신뢰성도 보장하지 않음을 사전에 명기합니다.)
만루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는다. 주자가 1루, 2루, 3루에 다 한명씩 채워져야하며, 진루방법 또는 아웃카운트 등 상관이 없고 주자는 반드시 3명이 출루해 있어야한다. 통상적으로 1번 타자부터 열심히 출루했다는 전제하에, 4번 5번 6번 타자에게 만루의 기회가 많이 온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적으로 타수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순서라는 의미이다.
만루라는 상황은 그 누구보다 긴장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1) 볼넷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의미에서 투수의 긴장감과, 2) 한번의 안타/홈런으로 대량으로 득점할 수 있다는 소중한 타자의 찬스로, 수비/공격 모두 양보가 절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만루 홈런이라는 명예의 기회는 타자에게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이기에 놓칠 수 없다.)
또한, 공격에 있어서 다량의 득점을, 수비에 있어서 다량의 실점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베이스가 다 차 있기 때문에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하여 태그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수비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는 밸런스도 겸비한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렇기에 만루의 상황은 그 누구도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도 없으며 기대가 되는 야구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럼 과연 기대만큼 실망도 클 수 있는 만루 상황에서는 정말 (생각보다) 득점이 나지 않을까?
우선 NC 중심으로 만루와 득점권 (만루 제외) 중심으로 보았고, 득점권 대비하여 만루 시에 기대할 만한 득점이 얼마인지, 실제로 점수가 나지 않는지 내가 궁금해서 살펴보았다. 현재 기준 (9/13)으로 정규타석을 만족한 선수들의 기록만 뽑아 보았다.
우선 만루시 타율은 3할 4푼, 득점권 시 타율은 2할 9푼으로 확실히 만루에서 타수 대비 안타가 많았다. 집중력이 높아져서 그런 것일까, 득점과는 별개로 안타의 확률이 더 높은 셈이다. 그리고 이 안타 한번에 득점권에서는 평균적으로 1.3점이 들어온다면, 만루시에는 평균 2.86점 득점하였다. 이는 확실히 만루에는 주자가 베이스를 채우고 있어 두 배 이상 득점 차이가 발생하는 듯 싶다.
그렇다면 아웃카운트는 어떨까? 타율과 비슷한 이치로 스트라이크 아웃의 확률은 만루시 16% (0.163) 이지만 득점권 시 19% (0.190)으로 또 낮다. 타자의 집중력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만루 상황에서 가운데로 공을 넣기에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투수의 생각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만루시 공격에서 절대 불리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병살의 확률이 3배나 더 높았다. 베이스를 채운 만큼 투수가 결정구 즉, 땅볼 유도공을 던져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내려는 투수의 노력이 보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땐 만루라는 상황은 절대적으로 공격팀, 즉 타자에게 유리하다. 그 말은 투수가 계속 베이스를 채우는 것은 패착이고, 그 만큼 실점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만루를 기점으로하여 급하게 정점을 찍어버리니 만루는 실로 공격에게는 축배이자, 수비에게는 독배가 맞다. 다만, 더블 플레이를 주의할 것. 만루를 눈 앞에 두고 제 욕심것 휘두르는 것 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