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에드워드 호퍼의 <밤샘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점을 일찍 닫아 빛이 없는 독일 거리에서 언니를 따라 케밥을 먹으러 간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난 그 한산하고 으스하지만 고요해서 아름다운 거리가 다시 보고 싶다.
20160123
넌 내가 얼마나 증오했는지 모른다. 내 일생을 날카로운 웃음소리로 조롱한 네 소리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 바람, 내 호수, 베를린 한 방구석의 흰천을 두르고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넌 모른다.
20180316
나의 첫사랑을 만났던 그 때는 유난히도 추운 독일의 겨울이었다. 항상 추웠지만도, 유난히 피난처를 찾던 날이기도 하였다. 그 누군가는 나의 마음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와 같은 바램이 맘 속 깊숙이 자리했다. 이토록 사람관계에 간절했다면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품 속에서 잠들었겠지. 하지만 인간의 관계 만큼이나 소홀하고 가벼운 존재가 없었다. 난 누군가가 나의 곁을 지켜줄 사람 보다는 나의 첫사랑이 필요했던건지 모른다. 나의 운명, 나의 사랑, 나의 바램, 나의 연정, 내 눈 앞에 나타날 줄 몰랐다. 황홀했다.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없는 그 전신마비와도 같은 전율이 내 등골에 퍼질 때 나는 그 황홀감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그의 눈을 쳐다보고 그는 날 보지 못했다. 모리츠버그의 차가운 호숫물이 내 목에 잠기는 듯 했다. 겨울에 꿈이 있다면 그것일까. 유난히 추운 겨울에 더 춥게 만드는 그는 겨울의 꽃이라면 아마 새빨간 꽃이다. 겨울 숲 속 빨갛게 물들어 오는 그의 혈액과 핏기가 빠져 파랗게 변하는 나의 입술의 색. 그와 나는 운명이었다. 물 밀려오듯 날 안아주오. 그대의 눈동자에 빠진다면 이 새파란 물 밑 또한 받아드리겠소.
인생이 예술을 표방한다 했으나 예술이 표방할만한 인생을 산 그대에게. 난 아직도 겁쟁이인 그대를 사랑하오. 밤낮으로 들었을 총성 소리에 한것 심약해졌을 그대를 난 진심으로. 내 첫사랑이라고 생각하오.
20170622